조카가 오늘(이 아니라 2022년)은 어제 만들어놓은 AI 로봇 선수들이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에서 실제 경기를 펼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대전컨벤션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 위치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은 매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합니다.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 AI 로봇 축구
오전은 초등부 경기라 다섯 아이의 부모님들과 진행 관계자분들이 조촐하게 경기를 치렀습니다. 같은 학원 동기 및 형들과 대결하는 것이라 상대의 실력을 대충 알기에 조카가 자신의 성적이 얼만큼 나올지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AI 로봇 축구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리그전 규칙
리그전을 펼쳐 5명 중 4명을 선발한 뒤 토너먼트에서 4명을 두 팀으로 나눠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 학생이 축구 선수 로봇 4명을 만들고 골기퍼는 기본으로 주어지는 캐릭터이니 5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각각 경기를 치렀습니다.
조카 말로 기본 프로그램인 골기퍼는 뽑기라서 운이 좋으면 실력 있는 선수를 배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랜덤으로 골기퍼가 계속 나오는데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경기에 집중해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리그전 후기
조카 팀의 첫 경기는 YYZero 팀과 벌였습니다. 서로 막상막하였는데, AI 로봇들이 서로 자살골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무승부를 냈습니다. 로봇들도 자살골 실수를 한다면서 함께 웃었습니다.
넘어진 선수가 경기장 밖에 잠시 서있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넘어진 선수가 아니라 넘어뜨린 선수를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며 로봇들의 룰은 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로봇들도 격렬한 몸싸움을 하고, 같은 편끼리도 공을 뺏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게 우스꽝스러웠습니다. 한 선수는 공 잡느라 넘어진 골기퍼를 발로 냅다 걷어 차며 골인을 했습니다. 득점이 되는 것을 보고 조카는 “반칙도 실력이다.” 이기기만 해달라며 깔깔댔습니다.
골에 슛을 정확히 날리는 코딩이 어려웠던 조카는 수정 방법을 몰라 그냥 제출했다고 합니다. 다음 번에는 부족한 부분을 꼭 보완해 더 뛰어난 AI 선수들을 만들어야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골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갈 때마다 아이는 “저놈의 골 정확도”라고 중얼거리며 개선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골이 골대 밖으로 날아가면 ‘세계관 이탈 슛’은 로봇들의 특징이니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제공된 간식을 꿋꿋이 먹고 있는 조카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 행사 속 리그전에서는 별로 지지 않아 공동 2위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토너먼트전에 들어가서는 조카가 팀이 계속 지기만 했습니다. 한 번 지니까 계속 지는 게 AI답지 않다며 평정심을 잃은 게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2:1로 지고 있을 때 “끝나기 전에 한 골만 더 넣어다오.” 했는데, 구석에 있는 공 앞에 떼로 몰려가 헛발질을 해대며 시간을 낭비하는 로봇들을 보며 아이는 AI들의 비효율성을 웃으며 개탄했습니다.
리그전 후기
결국 YYZero 팀이 최종 1위를 하고, 리그전에서 1위를 했던 민우형(단체전 함께 준비하는 형) 팀은 안타깝게 최종 3위에 그쳤습니다. 조카는 4위에 그쳐 3명만 받는 상을 못 받게 되었지만 첫 출전 치고는 잘 했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약점을 보완해서 다음에 출중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진정한 강자라고 얘기하며 경기 관람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대회를 마친 후 점심은 초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놓고 여유롭게 건물 2층에도 올라가보고 전경을 둘러보았습니다.
심폐소생술 해보라니까 조카는 학교에서 지겹게 해봤다며 거절했습니다.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 근처 맛집
라쿠엔 스시(심야식당처럼 규모가 작고, 예약 손님만 받아요.)
라쿠엔 스시는 이른 점심 시간이라 아직 붐비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은 스시를 한꺼번에 만들어주시지 않고 먹을 때마다 그때 그때 한 점씩 만들어주셨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의 맛이었죠. 조카는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황홀경에 빠져 먹었습니다. 사장님은 조카가 잘 먹어서 서비스로 주시는 것이라며 12점에 덧붙여 감태 우니 초밥을 한 점 더 주셨습니다. 우니 좋아하는 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비록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 대회에서 상은 받지 못했지만, 로봇 경기를 보는 내내 즐거웠고, 점심도 환상적으로 잘 먹었습니다. 코딩 선생님은 대전시 대회보다 대구 전국 대회가 진짜라며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위로해주셨습니다. 8월 중순에 또 있는 대구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세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에 다시 또 꿈과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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