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과 심우준, 윈-나우 한화 이글스 FA 문제 없을까?
체감도나 자금 규모를 고려해 봐도, 우리나라 제1의 스포츠 산업 종목은 누가 뭐라 해도 프로야구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새롭게 세우며,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임을 기록으로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스토브 리그와 FA
물론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1년 내내 경기가 치러지지는 않습니다. 봄에 시작하여 늦가을에 끝나는 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시즌에는 어떻게 될까요?
그저 다음 시즌을 위한 훈련만으로 채워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토브리그’라고 불릴 만큼 또 하나의 비공식 리그가 시작됩니다. 그 ‘스토브리그’의 중심에는 돈의 잔치, 바로 FA 시장이 있습니다.
한국시리즈가 종료되면 동시에 각 팀의 FA 자격을 충족한 선수들이 발표됩니다. 시즌을 돌아보며 전력에서 ‘구멍’으로 평가되던 부분을, 지갑을 열어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보완하려는 것이죠. 어느 나라 야구 리그를 봐도 이런 FA 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은 야구만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 선수가 팀을 옮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스포츠계에서 굉장히 큰 뉴스가 되며, 선수의 이적이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이뤄지는 것도 바로 스토브리그, FA 시장에서 벌어집니다.
FA 시장과 한화 이글스
그렇다면 2024년 겨울 FA 시장의 ‘큰손’은 어느 구단이었을까요? 현재까지 4건의 FA 이적이 이루어졌으며, 그중 한화 이글스가 벌써 2건을 실행했습니다. 그중 1건은 불과 1년 전과 비슷한 영입 기조를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의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의문이 드는 배경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사실 올해 FA 시장에서 한화 이글스가 갑자기 ‘큰손’으로 부상한 것은 아닙니다. 2022년부터 한화 이글스는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며 팀의 쇄신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리그 꼴찌였던 만큼,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으로서 반드시 투자에 나서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23 FA 시장에서는 금액만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규모였던, LG 트윈스의 채은성을 6년 90억 원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화 이글스는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올라서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채은성 한 명의 존재만으로는 곧바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기에는 어려웠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래서 한화 이글스는 2024 FA 시장을 기다렸고, 다시 한 번 크게 지갑을 열었습니다.
2024 안치홍
2024 FA 시장에서는 총 3건의 FA 이적이 발생했는데, 그중에서도 계약 기간과 금액 모두 가장 큰 규모였던 4+2년 72억 원에 롯데 자이언츠의 안치홍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에도 한화 이글스는 ‘윈-나우’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윈-나우’ 기조는 단순히 한두 경기의 승리를 노릴 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당장 우승을 목표로 팀을 변화시킬 만한 선수를 영입할 때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치홍을 데려온다?
안치홍 한 명만으로 우승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물론 안치홍은 KBO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내야수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미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고, 롯데 자이언츠 시절에도 평균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매해 120경기 이상 출전하며 일정 수준의 내구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안치홍 혼자로는 구단 성적의 급성장을 바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24년 한화 이글스에서 안치홍은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며 3할 타율과 142안타, 13홈런, OPS 0.797을 기록해 한화 이글스 타자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는 작년보다 한 단계 올라선 8위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안치홍이라는 선수만으로 극복되지 않았던 순위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2024년 프로야구가 모두 끝나고 2025 FA 시장이 열렸습니다. 한화 이글스는 안치홍 영입 사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요? 올해도 유사한 계약이 다시 한 번 성사되었습니다.
2025 심우준
한화 이글스는 올해도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다시 한 번 지갑을 열었습니다. 2025 FA 시장이 시작되자마자, 11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두 명의 선수를 FA로 영입했는데요. 바로 KT 위즈에서 뛰었던 엄상백과 심우준입니다.
야구는 누가 뭐래도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느 FA 시장에서든 선발 투수에게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10승 이상 거둔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의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라면 어떤 구단이든 눈독을 들이는 법입니다
이런 면에서 2025 FA 시장에서 한화 이글스가 엄상백을 영입한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의문이 드는 부분은 심우준과의 계약입니다. FA 시장에서 큰 돈을 쓴다는 것은 당장 우승 혹은 상위권 도약을 노린다는 뜻이 분명합니다.
심우준 선수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기록을 살펴보면 당장 3할 타율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평균 2할 5푼 정도의 타율을 유지해 온 선수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금까지 남긴 기록과 존재감을 볼 때 안치홍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FA 시장 안에는 알려지지 않은 여러 내부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심우준보다 나은 기록을 보여준 내야수들도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4년 최대 50억 원의 계약을 했다는 점이 다소 의문스럽습니다.
한화 이글스 심우준
물론 당장 유격수 자리에 심우준이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낼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타날 것이라 예측하기엔 다소 비관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야구는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함께하는 그룹 스포츠입니다.
심우준을 비롯하여 안치홍, 채은성, 엄상백 등 그동안 한화 이글스가 외부 FA를 통해 영입한 선수들이 기량을 한껏 발휘해 준다면, 2025년에는 한화 이글스가 어떤 성적을 낼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잠시 기아 타이거즈의 사례를 참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아 타이거즈도 한때 FA 시장에서 큰손이었고, 최형우 영입을 통해 최초로 100억 원 시대를 열며 시장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2022 FA 시장에서는 나성범과 양현종을 동시에 10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계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아 타이거즈가 단순히 큰돈만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기아 타이거즈를 보면, 스타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꾸준히 육성해 온 백업 선수층이 매우 두텁습니다. 현재 다른 팀들이 기아 타이거즈를 가장 부러워하는 점도 바로 그 풍부한 선수층입니다.
마치며
KBO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화 이글스가 반드시 도약하여 한국 야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외부 선수의 거액 이적이 해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내부 자원을 충실히 육성해, 언제든 어떤 선수가 이탈해도 당장 큰 걱정이 없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선수 개인의 기량 하락은 늘 있을 수 있고, 한때 한화 이글스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평가받던 선수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내부 자원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이 부분이 함께 가야만 1999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